"집값 잡겠다고 쏟아낸 정책, 세입자만 더 힘들게 만듭니다"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2-01-24 07:39   수정 2022-01-24 10:39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서둘러 진행중입니다. 애초 시장 전망과는 다르게 더 빠르고 그 폭도 더 높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 예상보다 조금 더 매파(hawks)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고 통화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물가 또한 계속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작년말(2021년12월)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4%로 10년래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금융의 현장은 더 심각합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4대 시중은행이 예·적금금리를 예상보다 높게 조정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입니다. 시장에서는 최대 6%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를 2021년 6월말 최고치인 4.05%와 비교하면 2%포인트를 훌쩍 넘어선 수치입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25%로 동일했던 2020년2월과 비교해도 1.4%포인트가량 높으니 예·적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는 금리 상승기에는 더 벌어지는 듯합니다.

지난해 두 차례(8월, 11월), 올해 한 차례 총 세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기준금리 인상 전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까운 원리금으로 인해 대출자들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금리인상과 대출규제가 집을 구입하려는 분들에게만 부담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입자분들의 부담 또한 늘어납니다.

주택시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변수는 집주인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임차인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대표적인 영향은 세금입니다. 정부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보유세를 올리면 이 보유세 상승분은 전가(imputation)됩니다. 전가의 영향은 두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는 임차인에게 전가됩니다. 전세나 월세가격이 올라갑니다. 임대차3법을 도입하고 재산세(종부세)를 많이 올리자 전세와 월세가격이 또한 오르고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비율도 높아지는 것은 전형적인 전가의 한 유형입니다.

두 번째는 가격에 전가됩니다. 높아진 보유세를 보전하기 위해 집주인들은 매매가격을 높입니다. 주거선호지역이냐 아니냐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지겠지만 보유세 증가로 인해 대부분의 아파트 가격은 올라갑니다. 따라서 주택시장은 주식시장과는 다르게 무주택자인 임차인들마저 중립포지션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무주택자도 숏포지션으로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됩니다.

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높아진 금리에 대한 부담 또한 주택가격이나 임차인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더 큰 문제는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와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전세자금대출금리 또한 담보대출과 같이 크게 오르는 중입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전세대출에 대한 공적보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보증비율이 낮아지면 신용위험이 커진 은행들은 금리를 올리거나 전세대출 심사를 더 깐깐하게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전세대출은 지난 1년간 18.4%나 증가해 여타 가계대출에 비해 그 증가폭이 너무 높기 때문일 겁니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 점 또한 세입자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2021년 임대차거래에서 월세비중은 37.2%에 이릅니다. 12월에는 42.0%로 역대 월간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월세에서 전세로의 변화는 0.9%에 그치지만 전세에서 월세로의 이전은 무려 16.9%에 이른다는 통계는 금리상승과 대출규제로 인해 월세시장으로 내몰리는 임차인들의 상황을 정확히 반영합니다.

금리상승과 대출규제의 영향이 집주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그 체감의 강도는 임차인들이 더 크게 받아들일 겁니다. 상식적으로 집주인들은 자산이 더 많기 때문에 이런 부정적인 영향을 어떤 방식으로 던 흡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금리가 오른다고 당장 집을 팔지는 않습니다. 금리상승분 이상으로 주택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임차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이도 어려우면 주거이동을 통해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서울 도심에서 서울·경기의 관문지역, 그리고 이를 넘어선 경기 외곽으로의 이동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응할 수 없는 임차인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주거이동을 선택한다는 방증입니다. 작년 서울을 떠난 시민은 무려 15만900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다양한 금융 대책들이 임차인들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정부는 정확히 인식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닙니다. 지난 1월20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올해의 이슈’ 보고서에서도 지적한 주거취약 계층에 대한 금융규제 완화 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참고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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